전주가 고향이신 엄마께서는 유난히 음식솜씨가 좋으신데다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라 저희집 냉장고엔 다른 밑반찬들 뿐만 아니라 언제나 볶은 고추장과 각종 나물 반찬이 3-4가지씩은 있었고 그 덕분에 언제든지 비빔밥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답니다. 누구나 '엄마의 시그니처메뉴 OOO이 먹고 싶다'가 있을텐데, 전 그 중 제일이 비빔밥인 것 같아요. 제가 엄마가 되고보니 그게 솜씨는 물론이고 보통 부지런과 정성이 없이는 안된다는 걸 알겠더라구요. 마침 엄마 생신이 열흘 앞으로 다가와 전통 전주비빔밥에 들어가는 나물들을 친정엄마의 레시피로 정리해봅니다. 해외배송으로 보내드리고 싶네요. ㅠㅠ
[볶은고추장] 어른주먹크기의 간소고기를 팬에 넣고 부서뜨리면서 익힌 다음 다진파를 동량의 부피로 넣어 숨이 죽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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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은고추장] 꿀 1T, 매실청1T, 참기름1T, 동량의 부피의 고추장을 넣고 한 데 잘 섞일 때까지 볶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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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은고추장] 원래 전주 비빔밥에는 소고기 육회가 들어가는 것이 전통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일반 가정집에서 육회를 올려 비빔밥을 해 먹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볶은 고추장에 간소고기를 넣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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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무침] 오이는 길이로 반을 가른 후 어슷하게 썰어줍니다. 조선오이가 없어 피클오이 10개를 사다가 반은 무치고 반은 볶으려다가 전부 무쳐버렸어요. 저는 약간 신맛이 섞여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오이뱃두리라고 해서 절인오이를 간소고기와 볶아주는 것이 비빔밥에 더 잘 어울린다고도 하네요. 저는 둘 다 좋은데 이번엔 무침으로... 길죽한 일반 조선오이로 하면 약 6개 정도의 양이었습니다. 많이 하는 게 싫으시면 비율에 맞춰 양을 줄여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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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무침] 썬 오이를 굵은소금을 넉넉히 넣고 절여줍니다. 오이는 덜 절여지면 무치고난 뒤 계속 물이 나올 뿐 아니라 양념이 흘러내려서 맛이없어져요. 짧은 시간 안에 충분히 절여지도록 하려면 소금양을 늘려주시고 1시간 이상 절일 시간이 되시면 적당히 뿌려서 절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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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무침] 전 다른 재료 준비도 하고 다른 음식도 하고 하느라 2시간은 절인 것 같아요. 하지만 짜지 않았습니다. 물로 씻은 뒤 꼭 짠 다음 먹어보세요. 그냥 먹어서 거부감 없고 알맞다 할 정도면 잘 절여진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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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무침] 꽉 짜서 물기가 잘 제거된 절인 오이에 고추가루2T, 깨소금(또는 볶은통깨)2T, 식초5T, 설탕1T, 멸치액젓1T, 다진파5T, 간마늘1t를 넣고 위생장갑 낀 손으로 꽉꽉 눌러 양념을 바락바락 문질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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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무침] 색이 그다지 짙지 않죠? 비빔밥에 들어가는 나물은 밥반찬처럼 과하게 간을 하면 안된다고 하네요. 각각의 나물 향과 맛을 살리기 위함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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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생채] 채칼을 이용하고 싶으신 분들은 채칼을 쓰시고 칼로 썰고 싶으신 분들은 칼로 썰어주세요. 저는 칼로 써는 게 식감이 좋아서 시간은 좀 걸렸지만 칼로 썰었어요. 너무 굵어도 안되지만 너무 얇아도 식감이 너무 죽는답니다. 대략 0.3-0.5cm굵기 정도면 나쁘지 않은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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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생채] 무도 오이처럼 물이 많은 채소라 너무 안 절여지면 물이 흥건하게 나오는 단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물기를 꽉 다 짜버리면 맛있는 물이 다 빠져서 나물이 맛이 없다고 하네요. 오이처럼 굵은 소금 뿌려 1시간 가량 절인 후 물에 씻어서 꽉 짠 후에 먹어보세요. 무 특유의 매운맛이 살짝 가셨지만 향은 남아있을 정도면 딱 알맞은 상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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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생채] 장봐온 무가 어찌나 쓰고 맛이 없던지... ㅠㅠ저는 간마늘을 생략했어요. 설탕도 생각보다 많이 넣었는데 쓴맛이 안 잡히더라구요. 간마늘은 넣으시려거든 1t정도면 되구요, 고추가루2T, 깨소금(또는 볶은통깨)2T, 식초5T, 매실청1T, 설탕3T, 멸치액젓(또는 새우젓)1T, 다진파5T 넣고 버무려주세요. 오이무침도 있으니 신맛은 빼도 되겠다 싶으시면 생략하셔도 돼요. 무생채가 반찬으로 먹을 땐 식초가 들어가야 맛있는데 비벼먹을 땐 안 넣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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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생채] 무생채도 색이 은은한 게 예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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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볶음] 호박전 부칠 때 쓰는 작고 통통한 조선호박이 있어야 하는데 없어서 여기서 흔한 그레이호박을 대신 샀습니다. 맛은 물론 조선호박보다 못하고 심지어 농사가 잘 안 됐는지 크기도 작고 굵기도 일정하지 않아 5개나 샀음에도 조선호박으로 하면 2개나 3개정도의 양밖에 안됐구요, 예쁘고 고르게 썰 수가 없었네요. 0.5-0.7cm정도 굵기로 채썰어서 가는 소금으로 양념하듯이 톡톡 뿌려서 절여주세요. 가는 소금이지만 역시 바다소금이었어요. 맛소금 쓰지마세요. 없으면 그냥 굵은 소금을 적은 양 뿌려주시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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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볶음] 30분에서 1시간 사이 절였어요. 전 가는소금을 많이 뿌리지 않아 씻지 않고 바로 짜주었는데 굵은소금을 쓰셨거나 빨리 절이려고 소금을 많이 쓰셨다면 꼭 씻은 다음에 짜주세요.
[콩나물] 저는 콩나물을 데쳐서 무치지 않고 볶는 방법을 씁니다. 전통방식은 아니지만 맛있는 물 빠지는 게 아까워서요. 레시피가 겹쳐서 링크로 걸어둘께요. [볶은콩나물] @686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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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채볶음] 당근은 색감을 살리기 위해 넣는건데 전통 전주비빔밥에서도 빠지지 않았다네요. 채썰어서 기름두른 팬에 가는소금과 후추가루를 뿌려 볶아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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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담아내기] 먼저 넙적한 사기그릇 가운데에 밥을 담고 그 위에 볶은 고추장을 1T 얹었어요. 음식점처럼 나물만 돌려담으시고 밥따로 고추장따로 내셔도 되는데 저는 그냥 이렇게 했어요. 많은 분들이 돌솥비빔밥이 전통 전주비빔밥이라고 알고 계시는 경우가 많은데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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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담아내기] 나물들을 각각의 색이 돋보이도록 적당량씩 돌려서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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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담아내기] 마지막으로 계란 후라이를 얹으면 되죠. 전통 전주비빔밥은 원래 심심하게 끓인 콩나물국과 함께 내는 것이라고 하는데 저는 엄마 생신이 얼마 남지 않아 간단한 레시피로 끓인 [소고기 미역국] @6866618 을 함께 냈답니다. 비빔밥에는 심심한 국물이 어울리니 물을 조금 더 넉넉히 잡아 끓여주시면 비빔밥과 함께 드시기 좋아요.
비빔밥은 모든 나물 하나하나에 정성이 들어가야 맛있는 것 같아요. 만들기는 번거롭고 시간도 걸리지만 엄마가 해주셨던 반찬이라고 생각하니 힘들어도 감사하고 즐거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