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랭이가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가 있는데 혹시 이태원에 가지 않았는가고 묻는다.
모르겠는데 무슨 일이냐 물으니 사고가 나서 많은 젊은이들이 죽었다고 한다.
딸랭이는 큰 파티를 좋아하지도 않고 몸이 약해 새벽까지 밖에서 노는 일도 별로 없는 아이라 가지 않았을거라 생각하면서도 학기 초 친구들을 막 사귀는 시기라 혹시 묻어 갔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문득 며칠 전 애기가 쿠팡에서 코스튬을 주문 했다고 내게 이메일로 날라온 생각이 났다.
불안했다.
여러 번 전화 시도 끝에 아이가 전화를 받기에 그 10분 사이 지옥을 오가던 마음에 긴장이 풀리며 울음이 터졌다.
시험 기간이어서 공부하다 잠이 들어 전화를 못 받았다고 미안하다며 어쩔 줄 몰라 한다.
엄마, 나 그런데 잘 안 가잖아. 걱정하지마, 나 아무 일도 없어.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해. 엄마 괜찮아? 하다가 내 울음이 잦아들지 않자 자기도 울음을 터뜨린다.
감사가 절로 나는데 문득 내 아이들 또래의 죽은 150명의 부모는 나 같은 감사를 가질 수 없겠구나 하는 마음에 내 아이는 무사해서 감사하단 말을 차마 이기적인 것 같아 입 밖으로 내 뱉을 수가 없다.
그 들의 부모를 위로해 주십사 기도 한 후 속으로만 감사를 올렸다.
그러고선 괜히 곁에 있는 아들랭이를 위해 좋아하는 해물 잔뜩 넣어 볶음밥을 해 준다.
그저 아이들이 이렇게 건강만 해도 감사한데 말이다.
리듬체조하다 생뚱맞게 요리하는 여자, 푸드 칼럼니스트 in Canada https://www.youtube.com/channel/UCy0NmtPgsPDPaREaxZF_Q6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