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더니 난데 없는 물 난리가 났다.
엄마 집 베란다에서는 확장해 놓은 큰 창을 통해 영동 대교와 한강이 적나라하게 내려다 보여서 떠 내려 오는 흙탕물에 대교 다리는 엄청나게 잠겨 있고 그러고도 마냥 쏟아지는, 살면서 흔하게 보지 못한 큰 비를 원없이 보게 되었다.
한국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캐나다 지인들로부터 괜찮냐는 연락을 여러 차례 받았다.
(저 괜찮아요~ㅎㅎ)
지내는 곳이 청담동이다 보니 모든 물가가 상당히 비싸 작은 애 호박 하나도 3000원이 넘는다.
내 주먹보다 작은 시들시들한 브로콜리 하나를 4000원 주고 살 때는 화가 났다.
남해에 사는 친한 동생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가 좋아하는 가지, 애 호박, 고구마 줄거리를 커다란 아이스박스로 잔뜩 보내 왔다.
요새 이가 시원찮아 제대로 잘 드시지 못해 내가 오면 이것 저것 먹고 싶은 것을 해 달래려고 했다는 엄마에게 나는 먹지 않아 평소 잘 만들지 않는 애호박 볶음이니 가지 요리, 고구마 줄기로 만드는 볶음과 김치 등 날마다 한 가지씩 반찬을 만들기 시작했다.
먹는 게 관심이 없는 탓도 있지만 엄마가 어떤 양념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참 무심했었다 는 생각이 들었다.
파도 싫고 양파도 싫은 엄마를 위해 골라내기 쉬울 만큼 큼직하게 썰어서 넣으며 나는 익숙하지 않은 한식 반찬을 맛있게 만들겠다며 고군 분투 중이다.
2022. 08. 서울에서
리듬체조하다 생뚱맞게 요리하는 여자, 푸드 칼럼니스트 in Canada https://www.youtube.com/channel/UCy0NmtPgsPDPaREaxZF_Q6g
모자라는 간은 엑스트라 소금으로 보충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