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시골에서 보면 오이가 다 끝물이 될 무렵 호박처럼 커다랗고 누런 노각이 나오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래서 초록 오이가 늙으면 저렇게 노각이 되나 보다 생각하게 되었고 한참을 그렇게 믿고 살았었는데 얼마전에서야 초록 오이와 노각은 종자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노각은 크기부터 압도적이죠. 저 큰 노각으로 뭘 요리해서 먹어야 하나 싶지만 노각 무침을 해놓고 보면 초록 오이와는 다른 맛과 식감과 노각 오이만의 묘한 매력에 빠지게 되요. 노각은 오이보다는 조직감이 연하고 부드러운 편이라 부드러운 아삭함이 느껴지고 양념을 하지 않고 노각만 먹어도 약간 새콤한 맛이 있어요. 그래서 기본 양념만 해서 무쳐 놓아도 새콤 아삭하니 맛있더라구요. 원래는 고추장 고춧가루 식초 설탕을 넣고 새콤 달콤 매콤하게 무쳐 놓는데 좀 더 가볍고 깔끔한 맛으로 즐기고 싶어서 고추장은 생략해봤어요. 색감이 연해서 한결 순해 보이는 노각무침인데 맛은 새콤 달콤하니 비슷한 맛이예요. 부드러우면서도 아삭하고 고춧가루만 넣어서 색이 연하고 기본 양념으로 새콤달콤하게 무쳐 놓으니 청량한 맛에 자꾸 집어 먹게 되더라구요. 아무래도 일반 오이보다 부드러우니까 더 많이 먹게 되는 거 같아요. 오이인듯 오이랑은 다른 노각도 한철 짧은 시기에만 맛볼 수 있는 채소라 제철일 때 챙겨 먹어야 해요.냉장고에서 며칠을 맛의 변화 없이 보관할 수 있고 노각 자체의 새콤한 맛으로 산뜻하게 먹을 수 있어 좋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