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가 너무 맛있는 계절이예요. 햇오이가 연하고 달아서 무슨 요리를 해도 다 맛있어요. 그냥 날것으로 먹어도 맛있을 정도예요. 샐러드에 넣어도 맛있고 피클을 만들어도 맛있지만 이맘때 쯤 꼭 해먹게 되는 요리는 오이랑 숙주를 같이 무쳐먹는 거예요. 예전에 어느 식당 반찬으로 나온 걸 먹어 보고 너무 맛있어서 따라서 만들게 된 요리인데요. 정말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예요. 오이랑 숙주가 잘 안 어울릴 거 같지만 숙주가 강한 맛이 없이 순한 아이라서 오이랑 같이 무쳐 놓으면 오이의 향과 맛을 그대로 흡수해요. 절여 넣은 아삭한 오이 식감과 살짝 데쳐 넣은 아삭한 숙주 식감도 똑같아서 이질감이 없이 원래 그랬던 것처럼 한재료 요리 같아요. 정말 신기하더라구요. 오이를 종이장처럼 최대한 얇게 썰어 연한 숙주랑 그냥 착 붙어 있게 하는 것도 맛내기 키포인트 중 하나예요. 같은 재료라도 써는 방법에 따라서도 느낌이 다르더라구요. 넉넉하게 맛있게 무쳐 놓으면 며칠 냉장고에서 그 맛 유지하며 신선한 밑반찬이 되어 줘요. 아삭한 식감에 반하고 고소한 참기름향과 간장향에 반하고 오이와 숙주나물의 맛에 반하게 되는 요리예요. 숙주만 무쳤으면 약간 심심했을 요리가 오이 색감과 향으로 산뜻해졌어요. 오이는 숙주의 식감으로 더 풍부한 요리가 되었구요. 윈윈~ 아마 숙주나물과 오이는 전생에 아주 각별한 인연이 있었던 듯 해요. 이렇게 안 어울릴 거 같으면서도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 걸 보면요. 간단한 재료와 양념으로 맛있고 산뜻한 봄 밑반찬 하나 만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