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채소를 좋아하지 않는다. 몸에 좋은 걸 모르는 바 아니지만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잘 먹게 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도 쉴새 없이 파프리카나 양파 등은 또 늘 사서 쟁인다. 냉장고에서도 시간이 흐르면 야채는 상하기 마련이라 시시각각 시들어가는 채소들이 어떤 날은 마냥 안스럽다. 누군가의 뱃속에서 건강 에너지를 선사하며 행복한 생을 마감했어야 할 아이들이 아닌가. 냉장고를 열어 채소들을 끄집어 낸다. 파프리카도 있고 롱 고추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새송이 버섯도 있다. 있는 대로 털어 넣고 볶아 준다. 사실 이래 볶아 놓고 보면 입에 안 맞을 것도 없다. 아삭하니 씹히는 채소도 질깃하니 고기 질감이 나는 버섯도 오늘은 건강이라는 슬로건 아래 나와 하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