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눈이 온다. 아들이 집에 있으면 새벽녘에라도 나가 눈을 치워 주곤 했고 남편이 와 있을 땐 공항 나가는 길이라도 어김없이 치워 주고 갔다. 온 식구가 한국에 가 있어 눈 치울 사람이 없는데 자꾸 눈이 온다. 하루는 종일 눈이 오다가 오후께 들어 기온이 올라가 질퍽해지더니 밤사이 땅이 빙판이 되어 버렸다. 바닥 얼음을 깨 보려고 했지만 내 힘으론 그 얼음이 깨지지 않는다. 차 6대를 세울 수 있는 드라이브 웨이는 생각보다 상당히 넓어서 내 작고 비실한 몸뚱아리로는 눈을 치우는 것이 참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눈 쌓인 창밖 풍경을 내다볼 때마다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로구나 싶어 이것이 순리지 싶은 생각이 드니 얼어붙은 땅이 조금 덜 미워 보인다. 얼마전 단무지 파동 때 한국에서 주문해 치자를 공수해 왔다. 단무지를 좋아하는데 사 먹기가 겁이 나서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즉흥적으로 주문해 놓은 터였다. 유튜브를 보다가 예쁜 색으로 만들어 놓은 연근전에 정신을 홀딱 뺏겼다. 사 놓고 한번 사용 못한 치자가 떠 올라 치자물 내고 비트 갈아 물만 받아 예쁜 반죽을 만들었다. 그리고 연근전을 만들어 놓고 보니 너무 예뻐서 헤벌쭉 웃음이 나왔다. 이 정도 미모라면 내가 연근을 먹지 않는다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