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을 이런 저런 이유로 다 해외로 보내 놓고 혼자 몇달을 지내다 보니 겨우 하루 한끼 먹는 자라 요리라 할 만한 걸 할 일이 없다. 반찬도 두 가지 해 놓고 보면 먹지를 못해 상해 나가니 그저 간단히 먹을 것 한가지만 해서 한 끼를 떼우곤 한다. 생각해 보면 나는 지나치게 너무 지나치게 식탐이 없는 사람이어서 요리를 하기엔 적절치 못한 자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느 날 요리가 하고 싶어서 우리 교회 스테프들을 초대했다. 오랜만에 매뉴를 구상하다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성대(?)하게 손님을 치르고 나니 자잘한 재료들이 남았다. 다음 날 보니 작은 통에 들어 있는 알을 쓰고 조금이 남아 있기에 오랜만에 알 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한 때 이 알밥이 너무 맛있어서 식구 수 대로 뚝배기를 사 들였던 기억이 난다. 구석에서 뚝배기를 꺼내 밥 밑바닥을 눌려 살짝 누룽지를 만들어 먹으니 이거 남은 자투래기 재료로 만들었다기엔 미안한 고급지고 맛있는 한끼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