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보다 나쁜 게 야식이라고 한다. 나는 입에 맞는 것이 있을 때면 폭식을 하고 또 야행성인지라 자정 가까운 시간에 식욕이 난다. 입 맛이 괴상해 맛있다는 단어의 뜻을 잘 모르는 나인데도 야식이라 불리울 수 있는 그 시간의 음식이 그 중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나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다. 더불어 내 위도 함께 나쁘다. 어릴 때는 나를 심심찮게 병원에 실려 가게 한 나쁜 아이가 내 위다. 허긴 위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불규칙하고 영양가 없이 먹고 종종 폭식과 야식까지 즐기는 내 정신이 문제지 말이다. 어젯밤에는 만들어 놓은 무말랭이 무침과 좋아도 안 하는 연어구이 때문에 한참을 고민했다. 이미 이도 닦았고 시간은 새벽 1시 였으며 먹어야 살이나 찌지 하는 마음과 먹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참 오래 갈등을 했다. 아침이 되어서는 참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했고 종일 딴 짓을 하다 오후 8시가 넘어서야 햇반 하나를 덥혀서 연어를 굽고 무말랭이 무침을 꺼내 놓고 첫 끼니를 먹었다. 이게 뭐라고 아드님과 마주 앉아 참 오랜만에 드물게 맛있는 식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