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삼겹살이 남아 있고 작년에 담아 놓은 김장김치도 맛있게 익어 있네요. 운명적으로 이 둘이 만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오늘 제가 삼겹살 구워서 묵은지 볶음에 싸먹고 싶어졌거든요. 삼겹살 전문점에서 삼겹살 구운 기름에 묵은지 볶아 먹던 생각이 나면서 그 느낌 살려보고 싶어졌어요. 그 맛이야 말하면 입아프죠. 고소하고 짭쪼롬한 묵은지 볶음에 삼겹살을 싸먹으니 쌈장이나 쌈채소도 필요없고 그냥 김치에 삼겹살 싸먹으면 되니까 간편하면서도 맛있더라구요. 고기를 구울 때 건로즈마리를 뿌려 구우면 고기의 잡내를 없앨 수 있어요. 삼겹살 구울 때도 건로즈마리 톡톡 뿌려서 구우면 삼겹살 잡내가 싹 없어져요. 삼겹살 구운 기름에 묵은지를 볶아 주는데 김치가 너무 시거나 짜면 설탕을 반스푼 정도 넣어 주면 좋아요. 저는 김치가 딱 적당하게 간이 맞고 신 정도도 좋아서 그냥 김치만 구워도 맛있었어요. 역시 재료가 맛있으면 요리는 그냥 해도 맛있죠. 고소하게 구운 삼겹살만 먹어도 맛있고 구운 묵은지만 먹어도 맛있고 윤기 좔좔 흐르는 묵은지에 삼겹살 싸먹어도 맛있어요. 밥 한그릇 퍼 놓고 요거 한접시만 있어도 저녁 한끼 맛있게 먹을 수 있더라구요. 다 철이 있고 때가 있고 시간이 필요한 것도 있고~ 김장김치가 너무 익어서 새김치가 먹고 싶어 지기도 하지만 겨울내내 숙성의 시간을 갖고 묵은지가 된 김장김치는 바로 담은 김치가 낼 수 없는 깊은 맛이 있어요. 묵은지만으로 요리할 수 있는 김치찌개, 김치볶음밥, 김치전, 김치볶음은 새김치로 만든 맛하고는 비교가 안되죠. 투박하지만 은근하고 깊은 맛을 내는 묵은지가 귀하게 여겨지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