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의 기원은 티의 발견자인 신농 황제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역사만 따져도 오천 년에 이르는 만큼 그 가공 방식과 종류도 수없이 많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녹차로는 서호용정, 동정벽라춘, 안길백차, 신양모첨 등이 있습니다.
각 지역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전승되어 온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다양한 녹차들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중국 대륙의 티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뜨거운 녹차 한 잔은 환절기에 감기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녹차의 공통점이 있다면 자연 산화를 열처리를 통해 인위적으로 억제한다는 점입니다. 결국 녹차는 비산화차인 것입니다.
녹차 주요 산지로는 저장성(浙江省), 안후이성( 安徽省), 허난성(河南省), 장쑤성(江苏省), 그리고 장시성(江西省) 등이 있는데, 이들 지역은 주로 중국 남부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특히 남부 해안 지역에서는 중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인해 중산층이 늘어나고, 건강 효능에 대한 의식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됨에 따라 녹차에 대한 소비와 미의 기준이 바뀌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효능과 향미였지만, 오늘날 젊은 층에서는 거기에 시각적인 아름다움도 가격 가치의 기준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티 소비 시장에서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녹차의 가공 과정
중국에서는 녹차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찻잎 따는, 즉 채엽(採葉) 방식이 지역마다, 녹차의 종류마다 다릅니다. 보통은 새싹과 그 아래의 한 찻잎, 또는 두 찻잎을 땁니다.
이때 새싹과 한 찻잎을 ‘일아일엽(一芽一葉)’, 새싹과 두 찻잎을 ‘일아이엽(一芽二葉)’이라고 합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태평후괴(太平猴魁)나 육안과편(六安瓜片)과 같은 녹차는 성숙한 찻잎을 따서 만드는 것입니다.
▲ 이른 봄에 영양분을 한껏 담고 싱그럽게 돋은 새싹과 찻잎들.
이렇게 딴 새싹과 찻잎들은 채엽 즉시 자연 산화가 진행이 일어나기 전에 가공 공장으로 운반됩니다. 이곳에서 찻잎들은 재빨리 위조(萎凋) 과정에 들어갑니다.
이 과정은 찻잎을 가공의 편의를 위해 자연 건조를 통해 수분 함량을 줄이면서 시들게 하여 연질로 만드는 작업입니다.이 과정은 보통 찻잎을 대나무 건조대에서 1~3시간 정도 진행됩니다.
위조가 끝나면 열처리 작업, 즉 살청(殺靑) 과정에 들어갑니다. 이 과정은 찻잎의 산화 효소에 열을 가해 변성을 일으켜 산화 능력을 잃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살청 방식은 지역마다, 장인들마다 다른데, 보통은 팬에 덖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는 찻잎에 든 당분과 단백질 성분이 변화하면서 견과류의 향이 생성될 뿐 아니라 폴리페놀류 성분도 증가시킵니다.
▲ 오늘날 대량 생산 시에 뜨겁게 가열된 원통에 찻잎을 넣고 살청 작업을 하는 모습.
이렇게 살청 과정이 끝나면 유념(揉捻) 및 성형(成形) 과정이 진행됩니다. 이 과정은 찻잎을 굴려서 찻잎 내의 세포 구조를 파괴하여 세포벽 속에 든 풍부한 방향유를 배어 나오도록 하는 작업입니다.
즉, 녹차의 외관과 향미를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사람이 손으로 찻잎을 굴리지만, 대량 생산 방식에서는 유념기를 사용하여 기계적으로 굴립니다.
▲ 찻잎을 휘말고 비트는 유념기의 모습.
이 과정을 거치면 최종적으로 향미와 품질을 고정시키는 건조(乾燥) 작업에 들어갑니다. 유념 과정에서 배어 나온 방향유들이 찻잎에 고착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찻잎의 수분 함량은 2~4%대로 떨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찻잎들은 포장에 앞서 선별(選別) 작업에 들어갑니다. 이 과정에서는 이물질이나 부서진 찻잎들이 체를 통해 걸러집니다. 보통 대나무 체를 사용하지만, 대량 생산 방식에서는 선별기가 사용됩니다.
▲ 건조시킨 찻잎을 다양한 크기의 대나무체로 선별 분류하는 모습.
대표적인 녹차들
● 서호용정(西湖龍井)
이 녹차는 중국에서도 가장 유명합니다. 저장성 항저우 지역 시후호(西湖)(서호) 인근의 지역에서 생산되는 서호용정(西湖龍井)은 세계적으로 유명하여 그 상품명이 수없이 도용될 정도입니다.
서호용정의 산지는 시호후 일대의 ‘사자봉’의 뜻을 지닌 시펑(獅峰山, 사봉) 지역을 비롯해 룽징현(龍井縣, 용정현), 메이자우현(梅家塢縣, 매가오현) 등입니다. 서호용정 중에서도 특히 시펑(사봉)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을 '사봉용정(獅峰龍井)'이라고 하는데, 서호용정 중에서도 품질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 중국 대표적인 녹차인 서호용정 중에서 시펑현이 산지인 사봉용정.
봄철에 진행되는 이곳의 수확 및 생산은 두 부류로 나뉩니다.
양력 4월 5일경인 청명(清明) 전에는 최상급 새싹만 골라 따는 ‘헌상급 채엽’을 통해서 용정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명전용정(明前龍井)’을 생산합니다.
2주 후인 4월 20일경인 곡우(穀雨) 전에는 ‘상급 채엽’을 통해 ‘우전용정(雨前龍井)’을 생산합니다.
이 녹차는 보통 길고 편평한 모양이며, 우린 찻잎에서는 해초류의 향이 나고 찻빛은 영롱한 비취색을 띱니다.
입안에서는 향이 매우 싱그러우면서 달콤하며, 특히 녹두 향이 풀바디감으로 펼쳐집니다.
● 황산모봉(黃山毛峰)
이 녹차는 모봉(毛峰) 녹차 중에서도 최고급입니다. 안후이성의 황산산(黃山), 황산암괴 지대에서 4월경에 황산대엽종(黃山大葉種)의 차나무로부터 찻잎을 따 가공해 만듭니다.
연중 구름이 잔뜩 끼고, 습도가 높은 황산 암괴 지대의 차나무로부터 찻잎의 수확해 만들기 때문에 매우 독특한 향미를 지닙니다.
이 녹차의 외관은 약간 휘말려 있습니다. 입 안에서는 생야채 향과 함께 녹두 향이 섬세하게 풍기고 야채 향이 길게 여운을 남깁니다.
▲ 중국 안후이성 황산산이 산지인 황산모봉. 모봉계 녹차 중에서도 최고급입니다.
● 안길백차(安吉白茶)
이 녹차는 저장성 안지현(安吉縣)에서 백엽종(白葉種) 차나무로부터 3월 말~4월 초에 찻잎을 수확해 생산됩니다. 이름과 달리 녹차입니다.
이름이 백차로 붙은 데는 찻잎의 색상이 옅은 녹색을 띠며 거의 하얀색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생산 역사도 15년에 불과하여 서양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매우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찻잎의 색상은 연녹색을 띠고, 모양은 가느다랗고 기다라면서 매우 고릅니다. 찻잎에서는 아스파라거스 향과 신선한 풀 향이 뒤섞여 납니다. 찻빛은 연하고 입안에서는 신선한 콩 향과 꽈리 향이 증폭됩니다.
▲중국 저장성 안지현이 원산지인 안길백차. 이름에 백차가 붙었지만 녹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