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티의 가공 역사는 티를 처음으로 마시기 시작한 순간부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처음에는 단순히 끓여 먹는 방식에서 시작해 오늘날의 티백으로 우려내기까지의 간략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더불어 티의 6대 분류 중에서 특히 ‘인위(人爲)‘를 최소화하고 ‘무위(無爲)‘로 생산하는 백차(白茶)부터 그 가공 과정까지 알아볼까요?
시대별 가공별로 다른 티의 방식
중국에서 차나무의 재배는 전통과 역사가 매우 깊습니다. 그리고 차나무에서 딴 찻잎을 가공하는 방식도 수천 년에 걸쳐서 변화해 왔습니다. 그 긴 세월 속에서 수많은 시도와 실패가 거듭되었지만, 각 시대별, 지역별로 독특한 가공 방식으로 발전, 변천돼 왔습니다.
▲ 백차를 생산하기 위해 다원에서 재배되고 있는 찻잎
이와 함께 오늘날에는 티의 6대 분류라는 큰 틀 속에서 그 가공 방식이 매우 다양하게 발전, 변천돼왔습니다. 또한 티의 품질은 산지의 테루아적인 요소에 크게 좌우되어 가공 방식도 현지의 농업적인 환경과 전통에 의존, 오늘날 중국에서는 티를 가공하는 방식이 지역마다 서로 다른 것입니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시대마다, 지역마다 전부 다른 매우 다양한 유형의 티들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한편 중국에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6대 분류 티를 모두 생산하는 종주국인 만큼, 수백, 수천 종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의 티들을 오늘도 생산합니다.
초기의 자연건조부터 현대의 티백까지
티의 가공 역사에서 최초의 가공 형태는 매우 단순했습니다. 초창기에는 찻잎을 차나무에서 딴 뒤 곧바로 뜨거운 물에 넣어 우려내 먹었기 때문입니다.
그 뒤 찻잎을 즉시 우려내 먹지 않고 오랫동안 보관하여 우려내 먹는 방법들도 강구되었는데,바로 햇볕에 건조시키는 방법(또는 위조)이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티 가공 역사의 첫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태양열로 찻잎이 건조되면 최종 티의 특성과 향미에 영향을 주는 자연적인 화학 반응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입니다. 중국인들은 매우 오랜 세월에 걸쳐서 이러한 자연 건조 방식을 익혀 왔고, 또한 이 건조 방식은 백차를 비롯하여 다양한 티의 가공 방식에서 오늘까지도 적용되고 있다.
그 뒤 중국의 6대 분류인 백차, 녹차, 황차, 청차, 흑차, 홍차의 가공 방식은 찻잎의 특성, 시대적 요구, 운송 방식, 맛과 향미, 건강적인 효능 등의 요인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발달되어 왔습니다.
▲ 찻잎을 태양열 아래에서 자연 건조시키는 모습
한편 이렇게 다양한 가공 방식으로 생산된 티들은 오늘날에는 티백에 담겨 전 세계에 퍼지면서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소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찻잎이 산지에서 찻잔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은 오늘날 대량 생산을 위해 각 산지마다 표준화되고, 산업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규모의 생산자들이 품질성보다 생산성을 중요시해, 가공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도 한몫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는 장인들의 독특한 개성이 깃든 소규모의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며 생산되는 티들도 많습니다.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은 생산성, 효율성보다는 산지의 독특한 테루아의 특징을 티에 잘 담아 낼 수 있는 최고의 방식으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백차(白茶, white teas)
푸젠성이 특산지인 백차는 매우 싱그럽고 섬세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향미가 훌륭하여 중국에서는 청나라 시대부터 크게 이름을 떨쳤습니다. 중국의 푸젠성에서도 푸딩시, 정허현, 젠양시가 대표적인 산지입니다. 참고로 말하면, 백차는 그 향미가 빼어나 최고급 상품 작물로 떠올랐습니다.
백차는 전통적으로 초봄에 약 2주에 걸쳐 매우 짧은 기간에 수확되는 최고급 새싹들로 가공 및 생산되기 때문에 청나라 시대에서는 황제나 고위관리에 바치는 진상용 물품으로 준비됐습니다.
이와 같이 백차는 오래전부터 최고급 티로 인정을 받고 있지만 가공 과정은 정작 다른 분류의 티와는 다르게 매우 소박하고 최소한에 그칩니다. 백차의 향미는 ‘사람의 가공‘을 통해 생긴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하늘, 바람, 햇살, 습도 등과 같은 ‘자연의 가공‘으로 생긴 것을 최고로 치기 때문입니다.
백차의 종류
백차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백호(白毫)’라는 하얀 잔털로 뒤덮인 새싹만으로 만든 것과 새싹과 찻잎을 섞어서 만든 것입니다. 전자에는 은침(銀針, Yin Zhen, silver needles)이 있고, 후자는 백모단(白牡丹, Bai Mu Dan)과 수미(寿眉, Shou Mei)가 있습니다. 이들 백차는 위조(萎凋, withering)(시듦)와 분류(分類, sorting)의 두 과정을 거쳐 생산됩니다.
▲ 백호은침과 함께 백차를 대표하는 차인 백모단
● 위조(萎凋, withering)
위조 과정이란 찻잎들이 고르게 시들도록 대나무 선반 위에 흩어 놓는 과정을 말합니다. 외부 조건이 좋으면 찻잎들은 선반 위에서 대략 12~24시간 동안 자연 그대로 건조됩니다.
건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팬을 사용하여 공기의 순환을 빨리 일으키는 경우도 있는데 특히 대규모의 생산 시설에서 이루어집니다. 백차에서 위조 과정은 향미의 품질을 결정하는 유일한 가공 과정이라 매우 중요합니다.
● 분류(分類, sorting)
백차는 가공 과정이 최소한으로 위조 과정 다음으로 분류 과정입니다. 분류 과정에서는 부서진 찻잎과 다른 이물질이나 잔여물을 골라내고 오직 온전한 새싹과 찻잎만이 남도록 합니다.
전통적으로는 그러한 선별 과정을 위해 종종 눈의 크기가 다양한 체들이 사용되는데, 특히 줄기나 가지들은 사람이 손으로 직접 골라냅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러한 분류 과정도 보통 기계를 사용합니다. 이것이 전통적 백차의 마지막 가공 과정입니다.
● 고온 건조(高溫乾燥, firing)
백차의 일반적인 가공 과정에서는 거치지 않는 단계지만, 모단(牡丹, 무단, Mu Dan) 품종의 차나무에서 딴 약간 낮은 품질의 찻잎들의 향미와 모양에 변화를 주기 위해 종종 적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