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 방식에 따른 티의 분류
티는 찻잎을 가공하는 방식에 따라 여러 분류로 나뉜다. 그런데 서양에서 분류하는 방식과 티의 원산지인 중국에서 분류하는 방식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서양에서는 백차(白茶, White Tea), 녹차(綠茶, Green Tea), 우롱차(烏龍茶, Wulong, Oolong Tea), 보이차(普洱茶, Pu er, Pu-erh Tea), 홍차(紅茶, Black Tea)로 보통 다섯 가지로 분류하지만, 중국에서는 백차, 녹차, 홍차, 청차(靑茶, Blue Tea), 흑차(黑茶, Dark Tea), 황차(黃茶, Yellow Tea)의 여섯 가지로 분류한다. 여기서 우롱차와 보이차는 중국식 분류법에서 각각 청차와 흑차에 속한다.
이러한 티의 분류 기준은 산화 여부, 산화 정도, 발효 여부다. 예를 들면 산화를 완전히 억제시킨 비산화차인 녹차, 산화를 100% 진행시킨 완전 산화차인 홍차, 산화 정도가 10~70%로 부분 산화차인 청차(우롱차), 미생물의 발효 과정을 거친 후발효차인 흑차(보이차), 경미한 발효 과정인 ‘민황(悶黃)’을 거친 황차 등이다.
백차(白茶, White Tea)
백차는 가공 과정이 가장 최소한으로 거쳐 생산된다. 찻잎들을 자연 건조시키거나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팬을 사용해 건조시켜 생산한다. 그리고 최고 품질의 백차는 가격이 비싼 오직 새싹만으로 만든다. 이러한 백차를 우린 티는 맛과 향이 매우 섬세하고 싱그럽다.
예로부터 백차는 해열 효능이 있어 중국에서는 민간 해열제로 사용해 왔으며, 티 카페인인 ‘테인(Thein)’의 함유량도 적다. 오늘날 대표적인 백차로는 백호은침(白毫銀針, Bai Hao Yin Zhen)과 백모단(白牡丹, Bai Mu Dan)이 있다.
▲ 자연 건조 방식의 백차.
백차는 인위적인 가공 과정을 최소한도로 줄여 생산하여 자연의 향미를 간직하고 있다.
녹차(綠茶, Green Tea)
녹차는 산화 과정을 인위적으로 억제시킨 비산화차로 생산된다. 산화 과정을 억제시키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른데, 중국에서는 산화를 일으키는 산화 효소(Oxidase)를 비활성화하는 방법으로 찻잎들을 뜨거운 불에 달궈진 솥에 덖는 ‘초청(炒靑, Fired)’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이렇게 생산된 녹차를 ‘초청 녹차’라고 한다.
반면 일본에서는 산화 효소를 비활성화하는 방법으로 뜨거운 증기로 가득한 원통에 찻잎을 넣고 찌는 ‘증청(蒸靑, Steamed)’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이렇게 생산된 녹차를 ‘증청 녹차’라고 한다. 이러한 녹차는 주로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 선호하는데, 이들 나라에서 생산되는 녹차 상품의 종류만 1500종이 넘는다.
▲ 비산화차인 녹차 가공 과정 중 하나인 초청 과정.
뜨겁게 달군 팬에 찻잎을 놓고 가열하여 산화 효소의 활성을 억제시킨다.
황차(黃茶, Yellow Tea)
황차는 찻잎을 축축한 천으로 덮은 상태에서 증기를 쫴 찻잎의 온도를 높이는 등의 과정을 통해 생산된다. 이 과정에서 효소 산화가 약하게 일어나 찻잎과 이를 우린 티의 찻빛이 노란색을 띠게 된다. 이런 경미한 발효 과정을 ‘민황(悶黃)’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황차로는 군산은침(君山銀針, Jun Shan Yin Zhen)이 있다.
▲ 황차의 가공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경미 발효 과정인 민황(悶黃) 작업의 모습.
청차(靑茶, Blue Tea), 우롱차(烏龍茶, Wulong, Oolong Tea)
청차는 부분 산화차이며, 우롱차가 대표적이다. 우롱차는 약 300년 동안에 걸쳐 이어져 내려온 전통에 따라 생산되고 있다. 찻잎을 비비거나 굴리는 성형에 앞서 부분 산화를 거쳐 만든다. 중국인과 타이완인들은 두 가지 형태의 우롱차를 생산하고 있다.
▲청차(우롱차)의 가공 과정 중에서 부분산화 작업의 모습.
먼저 찻잎을 약 10~30% 정도로 약하게 산화시켜 바디감이 가볍고 달콤한 꽃 향이 풍기는, 녹차와 유사한 ‘청향형(清香型)’과 약 40~70% 정도로 강하게 산화시켜 바디감이 무겁고 목향, 과일향, 그리고 때때로 캐러멜 향이 나는 ‘농향형(濃香型)’이다. ‘우롱(烏龍)’은 원래 ‘흑룡(黑龍, Black Dragon)’을 뜻한다. 대표적인 우롱차로는 동방미인(東方美人, Oriental Beauty)과 백호우롱차(白毫烏龍茶, Bai Hao Wulong Cha)가 있다.
홍차(紅茶, Black tea)
홍차는 찻잎을 100% 산화시켜 만든 완전 산화차다. 보통 습도는 80~90%, 주위 온도는 섭씨 22~23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찻잎을 완전히 산화시킬 수 있다. 중국에서는 이 찻잎을 우리면 찻빛이 구릿빛을 띠어 ‘붉은 티’라는 뜻에서 ‘홍차(紅茶)’라 불렀지만, 서양에서는 건조 찻잎이 검은색을 띠어 ‘블랙 티(Black Tea)’라고 불렀다. 대표적인 홍차로는 기문(祁門, Qimen), 우바(UVA), 다르질링(Darjeeling) 등이 있다.
▲ 홍차의 가공 과정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단계인 산화 과정.
흑차(黑茶, Dark Tea), 보이차(普洱茶, Pu er, Pu-erh Tea)
흑차는 미생물 발효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티다. 대표적인 흑차로는 중국 남부 지방 윈난성의 푸얼현에서 생산되는 보이차가 있다. 윈난성에서는 티를 야생에서 자라는 오래된 차나무로부터 찻잎을 채엽해 만들었다. 이후 압축해 떡의 형태인 ‘병차(餠茶, Bricks)’로 만들어 운반했다.
▲ 흑차의 일종인 보이차. 이 보이차는 떡모양의 보이병차이다.
이런 보이차는 오늘날 중국의 대표적인 특산품으로 자리 잡았다. 중의학 의사들은 수세기 동안 보이차를 소화 촉진과 청결 작용을 위한 효능제로 사용해 왔다. 대표적인 흑차로는 보이생차(普洱生茶), 보이숙차(普洱熟茶), 보이칠자병차(普洱七子餠茶) 등이 있다.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