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아 놓고 보니 끼니때가 되어 있었다. 하루 한끼 차리는 일도 큰 숙제라 부엌을 둘러 보니 먹을 것도 마땅치 않고 해서 삶아 놓은 닭 가슴살로 부리또나 만들어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쪽 끝이 살짝 물러 버린 두어 개 남아 처지고 있는 할라피뇨와 자색을 가졌다는 이유로 아들랭이의 파스타에도 외면을 당하는 양파를 볶아 버무려 놓았더니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슬금 슬금 내려온 딸랭이가 내 꺼는 양파를 빼 달라는 같잖은 요구를 한다.
오십 년 동안 자타 공인의 1등 편식쟁이인 나로서는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양파를 먹으면 죽느냐?라는 질문을 되돌려 주며 제법 엄마 같은 멘트였다는 생각을 해 본다.ㅎㅎ
핫 소스 탈탈 뿌려 넣고 치즈 듬뿍 넣어 매콤하게 만들어 오븐에 살짝 구워 주었더니 양파가 들은 것도 실란트로가 들은 것도 잊고 맛있게 먹는 딸랭이를 보며 오늘의 부엌 근무를 마치고 즐거운 퇴근을 한다.
리듬체조하다 생뚱맞게 요리하는 여자, 푸드 칼럼니스트 in Canada https://www.youtube.com/channel/UCy0NmtPgsPDPaREaxZF_Q6g
매운 맛은 개인의 기호도에 따라 가감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