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꽃집 아저씨 촨이 년중 행사로 한국에서 보내주는 씨앗들을 받아 보았을 당시만 해도 편애하는 채소에게만 집중적으로 자리를 확보해 주는 불공평한 성향의 나는 근대까지 심을 자리가 내 밭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매운 고추와 깻잎, 겨자 잎, 상치, 그리고 한두 그루의 검은 찰 옥수수를 심기에도 내 밭은 자리가 부족할 판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꽃 집 아저씨한테는 미안하지만 근대 씨앗을 Su에게 주어 버렸다.
한 여름 풍성하게 잘 자란 근대 몇 뿌리로 돌아온 그 씨앗은 된장국으로 내 입맛을 사로 잡았고 뒤 늦게 모종 몇 뿌리를 얻어다 상치 뽑아 낸 밭에다 심었더니 가을 밭까지 풍성하게 했다.
기특했다.
Su의 집에 갔더니 내 마당의 근대보다 세배는 커다랗게 자라 있는 근대가 아직도 밭에 한 줄이나 솟아 있다. 벌레도 먹지 않은 그 싱싱한 초록색은 자신의 건강함을 자랑이라도 하듯 고개가 빳빳하다. 그녀에게서 또 커다란 두 뿌리를 얻어 왔다.
마당에서 키운 근대는 줄기를 벗기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부드러워서 따 온 그대로 씻기만 해서 조리하면 그만이다. 혹시 모를 풋 냄새를 우려하여 한번 데쳐서 된장 조물 조물 무쳐 국을 끓였다.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지 된장국이 구수하니 좋다!!
리듬체조하다 생뚱맞게 요리하는 여자, 푸드 칼럼니스트 in Canada https://www.youtube.com/channel/UCy0NmtPgsPDPaREaxZF_Q6g
근대 줄기가 억세다면 줄기 끝을 꺽어 한번 벗겨 내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