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도착한 날 한 친구는 내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 왔다. 사우나에 온 걸 환영해~
나는 그 말 그대로의 극심한 무더위를 겪었고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이는 영동 대교 다리가 물난리에 한 없이 차 오르는 모습도 두 차례나 보았다. 그렇게 영영 물러 가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이 사그라 들 무렵 남해를 여행했을 때는 벌써 들판의 벼가 누래지고 있었으며 토론토에 도착하고 보니 나무 끝에는 은근슬쩍 붉은 물이 들고 있었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기분 좋게 서늘했고 여름내 돌보지 못한 뒷마당 텃밭에는 단단히 꽃대가 올라와 있는 깻잎 옆으로 고추가 온통 빨간 채 매달려 있었다.
그렇게 대지가 익어가고 있었고 harvest를 위한 막판 햇볕이 힘을 내어 빛나고 있었다.
특히 이 맘 때 만나는 단 호박은 맛있기도 맛있고 가격이 무척 착해서 가을의 대표적인 축복 중 하나라는 생각을 매년 하곤 하는데 올해도 예외없이 의식처럼 예쁘게 동그란 호박을 고르며 나는 마트를 서성이고 있었다.
아무런 기술 없이 쪄서 으깨어 놓기만 해도 맛있는 음식이 되는 단 호박이지만 여기에 마요 쪼금, 달달한 꿀 쪼금 그리고 몸에 좋다니 쟁여 두고 바지런히 못 먹어 늘 냉동고 한 켠에 자리 차지하고 있는 견과류 좀 털어 넣어 주면 거저 되는 요리 한가지 뚝딱!!
*2022.10.09 토론토 중앙일보 신문땡스기빙 특집판 중
리듬체조하다 생뚱맞게 요리하는 여자, 푸드 칼럼니스트 in Canada https://www.youtube.com/channel/UCy0NmtPgsPDPaREaxZF_Q6g
이 맘때 단 호박은 굉장히 밤 호박인 경우가 많아요. 되다고 마요네즈를 많이 넣으면 마요네즈 향이 단호박의 풍미를 해치게 되니 우유나 생크림으로 질기를 조절하는 것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