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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드컵 나이지리아전이 끝나고 만든 아내 도시락


드디어 우리 대한민국이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의 쾌거를 이루어냈습니다.

 

데쟈뷰 같았던 이정수의 만회골과 그림 같은 박주영의 역전골이 있었지만 결국

나이지리아와 비기고 아르헨티나가 그리스를 잡아주는 바람에 16강이 확정되었죠.

두 번을 이기고도 탈락했던 독일월드컵에 비해 1승 1무 1패로 16강에 진출한 대한민국,

역시 운이 따라야 하는 모양입니다. 그런면에서 허정무감독은 운이 참 좋군요.

이제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이 기다려집니다. 토요일 밤 11시, 참 기가 막힌 시간 아닙니까? ^^  

 

 

이번 나이지리아와의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는 새벽 3시 반에 시작되었습니다.

상당히 애매한 시간이죠. 그 시간 까지 버틸 것인가, 미리 자 둘 것인가 를 고민하다가 결국

12시 전에 잠자리에 누워 3시 20분에 맞추어 놓은 알람소리에 놀라 잠을 깬 후 중계방송을 시청했습니다.

 

이 거국적인 응원에 동참하지 않는 반동분자인 같이사는 여자는 여전히 골아 떨어져 있고

저는 거실도 불안해서 제 작업실 겸 서재 겸 개인 침실로 들어가 조그마한 티비로 소심하게 응원을

하며 봤습니다. 자다가 깨우면 가만안두겠다는 아내의 협박에.... ㅜㅜ

 

축구를 엄청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덕에 메시와 호날두를 알게 된 아내,

평소엔 관심도 없다가 월드컵만 열리면 이상한 복장으로 응원은 안중에도 없고 그저 길거리를 배회하는

일부 잿밥관심인들 보단 일관성있는 여자죠. 물론 우리나라의 16강을 기원하는 국민 중 한사람입니다.

 

저보다 더 바쁜 직장생활을 감안해서 편히 잘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었습니다.

빨간티도 안입고 태극기도 없었지만 멀리 들려오는 이웃집의 함성을 벗삼아

나름 열심히 응원하면서 말이죠.

 

 

 

 

어쨌든 골을 넣을때마다 붕어새끼처럼 입만 벙긋거리고 괜한 주먹만 불끈불끈 쥐다가 90여분의

시간이 흐르고 우리나라의 16강이 확정되었을 즈음.....

 

 음.... 새벽 5시 23분....

 

아직 출근 까지는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있는데 감격의 흥분이 가라않지 않은 상태에서 잠을 더 청하기도

그렇고, 밖은 벌써 밝아오기 시작하고...해서 뭔가 건설적이면서도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바로 아내의 도시락을 싸는 것입니다.

자고 일어난 아내에게 16강 진출 소식과 함께 정성이 깃든 도시락을 건넨다면 얼마나 기뻐할까...

상상을 하며 말이죠.ㅋ

 

 

주먹밥을 만들까 도 하다가 냉장고를 살펴보니 재료가 딱맞게 있는 것입니다.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는 재료가요.

그래서 얼떨결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간단하게 샌드위치 도시락을 만들어봅니다.

 

재료-식빵/달걀/오이/햄/마요네즈/버터/머스터드소스/소금/후추

이번 샌드위치는 색다를 것 없이 아주 기본적이지만 맛있는 4단 3색 샌드위치를 만들겁니다.

식빵이 네 장 들어가고 속재료가 세 종류입니다.

 제일 먼저 할 일은 냉장고에서 버터를 꺼내 상온에 놓고 달걀을 삶습니다.

 그 사이 오이를 얇게 썬 후 소금물에 담가 놓구요.

 햄도 끓는 물에 살짝 데쳐둡니다.

 삶아진 달걀을 으깨서 마요네즈와 소금, 후추로 버무려 첫 번째 속을 만들구요.

 소금물에서 건진 오이를 꽉 짜서 다진 다음, 역시 마요네즈와 후추로 버무리고....

 마지막으로 햄도 다져서 마요네즈에 버무립니다.

느끼한게 싫다면 재료가 흐트러지지 않고 서로 뭉쳐있을 정도로만 마요네즈를 적당히 넣어줍니다.

그다음,

식빵에 버터를 바르고 달걀을 올린 후 다시 식빵을 깔고 머스터드 소스를, 그 위에 오이를 올리고 다시 식빵을....

이런식으로 식빵 네 장과 속 재료를 번갈아 올려 꼭 누른 후 먹기 좋게 잘라주면 됩니다.

 아내 동료들과 나누어 먹을 도시락이에요.

피크닉 때 처럼 예쁘게 싸고 싶었지만 은박 도시락을 찾은 것 만 해도 반갑습니다.

잘라놓은 샌드위치랑 사이즈가 안맞아 뚜껑 덮는데 고생 좀 했습니다만...

 

이렇게 세 개를 싸니 큰 식빵 한봉지가 동이나고도 모자라네요. --;

재료도 만드는 법도 간단해서 축구 끝나고 출근 전 시간을 이용해 빠르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요건 특별히 아내 혼자 먹으라고 예쁘게....^^;;;;

 

 

 

 

 

 갑자기, 그것도 대충 냉장고를 털어 나온 재료로 얼렁뚱땅 만든 샌드위치지만

월드컵 16강 진출의 환희와 감동이 배어있는 새벽의 만찬입니다.^^

 

아내요? 

특별히 제가 안하던 짓을 한게 아니라서 그런지 크게 감동스러워 하진 않았습니다만 

맛있다고 인정은 해주던데요? 사실 이 샌드위치는 누가 만들어도 맛있지만요.^^;;;;;

그리고 하루종일 회자되었던 16강 진출 이야기와 더불어 새벽에 만든 샌드위치도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는 아내의 소감이었습니다.

 

결국 이 샌드위치 도시락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게눈 감추듯 해치워 버렸고

정작 점심시간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사먹었다네요. --; 

 

 

새벽에 일찍 깨어났어도, 아내 도시락을 쌌어도 전혀 힘들지도 피곤하지도 않았던 월드컵 16강 진출의 힘.

직접 경기를 보지않았던 아내에게도 그 감동이 그대로 전해졌을 것... 이라고 희망해봅니다.


비록 8강의 문턱에서 꿈이 좌절됐지만 목표는 이루었잖아요?

다시 한 번 우리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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