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살펴보면 귀, 혀...등등이 보입니다.
여차저차 해서 우여곡절 끝에 얻어 온 돼지 머릿고기니까요.
이런 건 그냥 초장이나 쌈장, 새우젓하고 먹음 딱이지만
처음엔 무슨 고기인지 궁금해 하다가도 머릿고기란 소리만 들으면
외마디 비명과 함께 나자빠지는 일부 여성들을 위해,
그리고 색다르게 머릿고기를 즐길수 있는 방법이 없나 애타게 찾아 헤매는
미식가 여러분들을 위해 야심차게(-_-a) 준비했습니다.
돼지머리 샐러드입니다.
예로부터 족발, 꼬리와 더불어 전통 보양식으로 전래되어 온 돼지머리.
콜라겐과 함께 각종 아미노산, 칼슘, 인등 풍부한 영양소에도 불구
삼겹살은 먹으면서 머리는 못 먹겠다는 돼지 차별주의적 발상과 자꾸만 떠오르는
미소짓고 있는 그 얼굴 때문에 항상 진수성찬의 뒤안길에서 쓸쓸히 쫀득거리고 있던 차
이제 저를 만나 바이올렛 카펫 위를 누비는 환상의 샐러드로 다시 태어나니
이제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녀들의 주름마저 쫙쫙 펴주는
아이오페 레티놀TX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 오르리라.
돼지머리 샐러드의 핵심은 바로 소스입니다.
홈메이드 적채 피클 국물(식초,생수,설탕,소금으로 대체 가능)에
칠리소스,연겨자,마요네즈,새우젓,쌈장을 순서대로 넣고
(순서대로넣지 않으면 강력한 화학 반응으로 폭발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마지막으로 라임즙이나 레몬즙을 뿌려 섞으면
돼지고기에 잘 어울리는 '오리지날 소스'가 완성됩니다.
전 눈물이 쏙 빠지고 콧구멍이 뻥 뚤릴 정도의 겨자나 와사비를
선호해서 겨자의 양을 많이 넣었습니다.
각 재료의 비율은 사진과 같음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입맛 껏 조절하시면 되겠습니다.
접시에 채 썬 적채를 깔고 머릿고기를 얌전하게 올립니다.
이 때 '돼지에 대한 경건한 마음'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양파를 가늘게 채 썰어 고기 위에 올리고 마늘편도 채썰고 청양고추도 썰어 올린 후 준비한 소스를 흥건하게 부으면 끝.
자....돼지 머릿고기 샐러드의 먹음직스런 모습입니다.
이 모습에 마음을 뺏기지 않은 여성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여성'이 아닙니다.
'오리지날 레드애로우 소스'의 특징은 여성들이 거부감을 갖는 돼지 특유의 냄새와 더불어
마늘 ,양파등의 자극적인 냄새와 맛 까지 포근하게 감싸 줘 이게 돼지머리인지 묵인지 모르고 먹을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 가끔 보이는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돼지털 발견시 얼른 자신의 입에 넣어 그녀가 갑자기 식욕을 잃지 않게 하는것이
중요한 매너의 포인트입니다.
소주, 맥주..다 잘 어울리는 안주로도 이용 가능합니다.
오늘은 와인을 곁들여 보겠습니다.
포도즙에 소주를 섞은... 와인이라 하긴 뭣하지만 암튼 직접 만든 하우스와인(?)입니다.
상큼한 돼지 머리를 맛보고 있노라면....
이쯤에서 우리 남성분들, 그리고 무차별 식성을 자랑하시는 여성분들.
뭔가 아쉬움이 남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돼지국밥.
남은 머릿고기로 돼지국밥을 만듭니다. 대구지역인가요? 아마 거기서 유명한 음식일겁니다.
뽀얀 사골국물은 아니지만 다시다 조금 넣고 푹 끓여주면 나름 돼지국밥 흉내는 냅니다.
전 '안티 다시다리즘'을 갖고 있지만 어쩔수 없습니다. 없는 재료로 돼지국밥 따라가려면....
마침 파가 똑 떨어져 돼지와 궁합이 잘 맞는 양파를넣고 끓였습니다.
다진양념과 새우젓을 넣고 밥을 말아 한숟갈 입에 넣으면 마음은 이미 대구 팔공산을 넘어 달성공원 한복판에 가 있습니다.